광화문의 국제극장도 추억속으로 사라지고......
관철동의 연타운도... 국일관도, 신생백화점도....
아파트높이에서 나란히 달리던 청계고가도 사라지고....
문산행 열차타고 떠나던 백마도, 화사랑도 떠나고...
이제 피맛골도 추억속으로 떠난답니다......
일신 우일신이 꼭 적용되지 않아도 충분한곳인데.......
서울시민들에게는 반듯한 새 건물이상의 값어치가 있는 추억의 보금자리였었는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너, 그리울 거야… 피맛골 이사가다
마음까지 든든하게 해준 해장국…반가운 이와의 쓴 소주 한 잔도
평일 오후 4시인데도 가게 안은 손님으로 바글바글했다. 빈대떡을 내오던 '열차집' 사장 윤회수(69)씨는 "비가 내려 그렇다"고
그랬다.
손님이 많은데도 윤씨 낯빛이 밝지만은 않았다. 윤씨는 요즘 착잡하다. 열차집을 비롯 500여 개의 식당·술집이 모여있는 피맛골이
도심 재개발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아쉽지요. 이 집은 원래 지금 교보문고 자리 뒤쪽에서 16, 17년 영업을 했었죠.
여기(피맛길 초입)로 이사 와서 40년이 넘었어요. 올해 말까지는 (영업을) 할 거예요. 그 다음에는 어디로 옮길지, 계속 할지 말지
모르겠어요."
조선시대 서민들은 양반이 말이나 가마를 타고 지나가면 길가에 엎드려야 했다. 번거롭던 서민들은 종로 뒤 골목길로 다녔다.
'양반이 탄 말(馬)을 피해 다니는 길'이라고 해서 '피맛(避馬)길'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밥집과 주막들이 피맛길에 들어선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피맛골은 교보문고 뒤부터 SC제일은행 본점까지 이어지는 피맛길 뒤쪽으로 종로구청 맞은편까지 지역을
흔히 부르는 이름이다.
서울 종로구는 청진구역 재개발 계획에 따라 피맛골에 지하 7층, 지상 24층 연면적 최대 15만9934㎡(약 4만8000평)의 오피스 빌딩
네 채가 들어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낡은 건물들이 초고층 빌딩들에 자리를 내 주면서 오래된 식당들도 사라지고 있다.
피맛골 터줏대감으로 꼽히던 70여 년 전통의 '한일관'이 5월 말 잠시 문을 닫았다. 한국 자장면 명가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신승관
(新昇館)', 해장국의 대명사 '청진옥', 생태찌개로 유명한 '안성또순이', 주변 직장인들의 아지트였던 '세라돈(Celadon·옛 청자다방)'도
옛 가게 문을 닫고 피맛골 또는 다른 지역으로 옮겼거나 옮길 준비 중이다.

'한일관에 보내주신 뜨거운 성원에 감사드리며 도심 재개발 후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겠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은 한일관 입구에서
오래된 단골로 보이는 신사가 서성댔다. 안내문을 읽고서도 한참 비계와 가림막이 둘러싼 한일관 건물을 쳐다봤다. "닫았네"라며
발걸음을 돌렸다. 한일관 부지를 사들인 건설사 직원은 "피맛골 재개발과 한일관 영업 중단 뉴스가 많이 나온 것 같은데도, 하루에
서너 명은 온다"고 했다.
옛 청진옥 앞에서는 직원이 24시간 지키고 있다가, 손님이 오면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1층 새 가게로 안내한다.
청진옥에서 25년 근무했다는 이병기(65)씨는 "낮에만 여기로 찾아오는 손님이 50~60명은 된다"고 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8시부터 아침 10시까지는 다른 직원이 있고."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피맛골 특유의 1960~70년대 분위기가 사라지는 건 아닌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재개발이 가장 먼저 끝난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을 보면 우려는 현실로 다가온다. 서울시는 '피맛골 일대를 개발할 때 최소 4m 폭으로 길을 남기고, 채광·환기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건축유도 지침'을 만들었다. 지침에 따라 르메이에르 앞쪽 내부 공간을 회랑처럼 뚫었다.
피맛골을 막아 없애지 않고 흔적을 남겼다는 의미 정도가 있을까, 대리석 바닥과 통유리 건물 외벽에서 옛 피맛골 정취는 느끼기 어렵다.
자리를 옮긴 식당들도 옛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맛마저도 달라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청진옥 골수 단골들은 "국 맛이 옛 같잖다"며
아쉬워한다. 과거 청진옥 해장국은 뜨끈했지만 혀가 델 만큼 뜨겁진 않았다. 새 가게에서는 해장국을 펄펄 끓여 낸다.
이병기씨는 "손님이 원하고 시대가 바뀌니까"라고 설명했다.

"해장국은 펄펄 끓이면 맛이 날아가. 하지만 손님 원하시는데 안 해드릴 수 없잖아. 전에는 솥에서 그릇에 담아서 바로 냈거든.
젊은 손님들은 펄펄 끓는 해장국에 익숙하니까 펄펄 끓여달래. 이전부터 하려고 했는데, 주방이 좁아서 못 했지.
(새 가게에는) 끓일 수 있도록 가스레인지를 설치했어." 새로운 설비를 추가하면서 맛까지 달라진 것이다.
한 식당 주인은 "허물 때가 됐다"고 했다. 건물들이 너무 낡아 위험한 지경이라고 했다. 누구는 "과거 피맛골도 어디 계획해서 생겨난
것이냐"고 했다. 재개발된 구역에 차츰 세월이 흐르면서 나름의 개성과 정취를 쌓아갈 것이란 거다.
다 옳은 말이다. 누구나 헤어질 것을 알면서도, 막상 헤어짐이 다가오면 슬프고 허전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사라져가는 피맛골을 바라보는 우리 마음이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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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새 터 얻은 피맛골 맛집
지저분한 화장실·음식 냄새·좁은 식탁은 두고 옛 분위기와 맛만 가지고 갑니다
낯 뜨겁고 냄새 나는 남녀 공용 화장실, 뒷자리 사람과 등을 맞대야 했던 다닥다닥 붙은 식탁, 속옷까지 배는 음식 냄새….
종로구 청진동 일대의 소문난 식당이 말끔한 주상복합 건물로 이사 가며 두고 간 것들이다. 이미 깔끔한 새 터를 얻은 청진동
식당들을 찾아 분위기를 염탐하고 왔다. 미운 정이 무섭다고 '구리다'고 여겨졌던 오래된 것들이 통짜로 철거된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니 상당히 섭섭했다.
펄펄끓는 해장국… 신세대는 "좋아"
::: 청진옥
옛 분위기를 살리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미닫이 문 격자 유리창엔 빨간 글씨로 '해장국', '동그랑땡', '수육'이라고 쓰여있다
멀리서 보면 붓으로 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붓글씨 흉내낸 스티커다. 나무 식탁과 의자, 백열 전구를 연상케 하는 조명도 추억을
자극한다. 해장국을 끓이던 커다란 가마솥을 이전 가게에서 가져오려 했지만 주방이 생각보다 좁아 지금은 작은 새 가마솥 세 개에
나누어 끓인단다.
'신세대'의견을 반영, 해장국(6000원)과 술국(안주용 해장국·1만원)을 전과 달리 펄펄 끓는 상태로 내기 때문에 해장국 뚝배기 아래 바닥
받침을 깔아준다. 전에는 맨 상에 뚝배기를 놨다. 직원들에 따르면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8월 22일 오후 8시30분,
가게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었다. 술국 하나 놓고 '초저녁'부터 맥주에 소주를 섞어 마시는 30대 여성 두 명, 나란히 앉아 조용히
해장국을 먹고 일어서는 60대 부부 등 '청진옥을 대하는 손님들의 자세'만큼은 변하지 않은 듯했다.
(02)735-1690,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1층.
"홍어 냄새 걱정 마세요."
::: 목포집
회사원 김모(32)씨의 증언이다. "2003년 어느 날 점심, 목포집에서 삼합에 김치찌개를 먹고 왔더니 동료들이 화장실에 빠졌냐는 둥
업무가 마비된다는 둥 아우성이었습니다. 독한 홍어 냄새 때문에 작은 회의실에 감금돼 일해야 했죠. 4월 이사간 목포집에서 얼마 전
같은 메뉴를 먹고 왔는데 아무도 제가 홍어를 먹고 왔는지 눈치 채지 못하더군요." 다닥다닥 붙어있는 식탁 때문에 옆 자리 손님과
말을 섞어가며 먹는 수준이었던 목포집은 종로구 수송동 두산 위브 파빌리온으로 이사한 후 깔끔하고 넓어졌다.
뒷자리와는 2m 가까이 떨어져 있다. 새 건물이라 환기가 잘 돼서 음식 냄새가 거의 배지 않는다. 금연석도 마련했다.
25일 점심 땐 다섯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다. 저녁 때는 '술 손님'이 많아 예약 안 하면 자리 잡기 힘들단다. 가구는 새로 맞췄고
김치찌개 끓이는 냄비와 삼합을 담아 나오는, 초록색 문양이 군데군데 벗겨진 흰색 플라스틱 접시는 그대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쓴 액자도 가져다 걸어놨다. 삼합 가격은 이사하면서 5000원 올려 4만원을 받는다.
(02)737-9322, 종로구 수송동 두산 위브 파빌리온 1층.
"다른 건 버려도 맷돌은 챙깁니다."
::: 장원집
여성들은 청진동 옛 맛집에서 한잔 할라치면 화장실이 맘에 걸린다고 불평이었다. 남녀 공용 화장실밖에 없던 족발집 '장원집'은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으로 이사한 다른 청진동 식당들과 마찬가지로 깔끔한 화장실을 얻게 됐다.
청진동 예전 식당을 올해까지는 운영할 계획이라서 '르 메이에르점'을 위해 모든 집기를 새로 구매했다. 철거할 때 다른 물건은
그냥 버려야겠지만 요즘 구하기 힘든 빈대떡(1만원)용 '손맷돌'만큼은 챙겨올 계획이라고. 지금은 임시로 기계 맷돌을 사서 쓰고 있다.
환기구가 아직 미흡해 요즘은 족발(양에 따라 2만8000원부터)을 본점서 쪄서 가져온다. 이사한 후 점심 먹으러 오는 회사원들이
많아 뚝제육볶음(6000원) 뚝닭도리(5000원) 양푼비빔밥(5000원) 같은 '점심 메뉴'를 추가했다.
(02)734-7230,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1층.
"근사한 한옥으로 옮겼어요."
::: 안성 또순이집·충청도집
생태찌개로 이름난 또순이집은 한옥에 터를 잡았다. 종로구 신문로 2가 성곡미술관 맞은편으로 이사했다. 원래 고깃집이었던
'은행나무집' 건물로 고기 구워 먹던 야외 테라스가 있는 게 특징이다. 비 오는 날도 앉을 수 있도록 유리로 된 간단한 '하우스'를 설치했다
내부 인테리어는 은행나무집이 쓰던 것을 그대로 활용했지만 가스레인지, 냄비, 식기 등 '내용물'은 전 식당에서 가져왔다.
(02)720-5670, 종로구 신문로2가 1-161(성곡미술관 맞은편).
청진동 일대 주당(酒黨)들의 속풀이를 책임졌던 충청도집의 올뱅이국('올갱이국' 혹은 '다슬기국'·7000원)은 헌법재판소 앞 고깃집
'전원'이 있던 한옥으로 옮겼다. "가시는규?" 하는 충청도 사투리와 낡은 식기들은 함께 왔다. 흰 벽에 손님들이 쓴 낙서와 진입로에
그린 커다란 화투짝 두 장('똥광'과 '똥쌍피'), 골목에 붙은 'IMF 시대에 따른 저렴한 별미 올뱅이국' 표지는 못 따라왔다.
(02)734-8998, 종로구 재동 85-3 헌법재판소 앞(3호선 안국역 2번 출구).

- ▲ * 지도상 위치는 이사하기 전 기준.
◆ 이름(가나다 순)/ 전화번호(02)/ 주 메뉴/ 이사 가는 곳/ 영업시간
1 감촌/ 733-7035/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2층, 9월 문 열 예정으로 현재 준비 중
2 고바우/ 732-4381/ 고기 모듬 2만2000원/ 내년 1월 초까지 지금 자리/ 오후 5시~오후 10시(일요일 휴무)
3 대림 삼치/ 735-0829/ 삼치 백반 6000원/ 당분간 현 위치/ 오전 8시~오후 11시
4 로타리 소곱창/ 365-3080/ 곱창 1인분 모듬(곱창·대창·염통) 1만6000원, 특(곱창만) 1만8000원, 김치찌개 5000원/
서대문구 미근동 31-14 '로타리 본가'와 합병/ 오전 11시~오후 10시30분(일요일 휴무)
5 목포집/ 737-9322/ 삼합 4만원/ 종로구 수송동 두산 위브 파빌리온 1층/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일요일 휴무)
6 물따라 구름따라/ 735-7811/ 카스 맥주 한 병 4000원/ 종로구 공평동 중앙지도 옆 훼미리마트 건물 2층/ 오전 10시~오전 1시
(일요일 휴무)
7 미진/ 730-6198/ 냉메밀 6000원/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1층(올해까지 청진동 본점도 운영)/ 오전 10시~오후 10시
8 세라돈('음악과 사람들'로 상호 변경)/ 738-9995/ 카스 맥주 1병 5000원/ 태평로 2가 69-15 덕제빌딩 2층(삼성생명 별관 맞은편)/
오전 11시~오전 2시(일요일·공휴일 휴무)
9 신승관(중국 요리)/ 735-9955/ 중구 북창동 73번지(소공동 우체국 바로 뒤), 현재 준비 중으로 9월 중순쯤 문 열 예정
10 안성또순이집/ 720-5670/ 생태찌개 소(小) 2만5000원/ 종로구 신문로2가 1-161(성곡미술관 맞은편)/ 오전 11시~오후 10시
11 열차집/ 02-734-2849/ 빈대떡 9000원/ 당분간 현 위치/ 오전 11시~오후 11시30분
12 오소리순대/ 723-8779/ 순대국밥 5000원/ 종로구 연지동 243번지(보령약국 뒤)/ 오전 9시30분~오후 10시30분(일요일 휴무)
13 욕쟁이 할머니집/ 734-8955/ 영양탕 1인분 1만2000원/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지하 2층/ 낮 12시~오후 10시(일요일 휴무)
14 우정집/ 02-732-7553/ 갈치구이 1인분 6000원/ 당분간 현 위치/ 오전 11시~밤 12시
15 의전방/ 738-2559/ 어성초탕 2000원/ 종로구 수송동 두산 위브 파빌리온 1층/ 오전 6시~오후 9시30분(토·일요일 휴무)
16 장뚜가리/ 730-3389/ 삼겹살 1만원/ 종로구 수송동 두산 위브 파빌리온 1층 143호/ 오전 10시~오후 10시(일요일 휴무)
17 장원집/ 734-7230/ 족발 대(大) 3만2000원/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1층(올해까지 청진동 본점도 운영)/ 오전 10시~오후 11시
18 제주도 복집/ 733-4250/ 복지리 1인분 2만2000원/ 9월 말까지 지금 자리, 10월부터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1층/
오전 10시~오후 10시(일요일 휴무)
19 지중해 참치/ 723-8685/ 참치 정식 1인분 2만원/ 종로구 공평동 139번지 박문각 행정학원 1층/ 점심 오전 11시~오후 3시·
저녁 오후 5시~오후 10시 30분(일요일 휴무)
20 참새집/ 738-6664/ 참새구이 한 꼬치(두 마리) 3000원/ 당분간 현 위치/ 오후 3시~밤 12시(토요일 오후 4시·일요일 오후 5시부터)
21 청운 왕갈비/ 725-6424/ 문 닫음, 내년쯤 가게 구해 다시 시작할 예정
22 청진옥/ 735-1690/ 해장국 6000원/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1층/ 24시간 영업
23 충청도집/ 734-8998/ 올뱅이국('올갱이국' 혹은 '다슬기국') 7000원/ 재동 85-3 헌법재판소 앞(3호선 안국역 2번 출구)/
오전 10시~오후 10시(일요일 휴무)
24 한일관/ 732-3735/ 11월 중 강남구 신사동 성수대교 남쪽에 문 열 예정
25 현이네 바베큐 보쌈/ 732-7640/ 보쌈 2인분(500g) 2만2000원/ 당분간 현 위치/ 오전 10시~밤 12시(일요일 휴무)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