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800, 이거 물건일세
겉보기에는 볼품없고 움직임도 둔해빠진 제품임에도 '노키아 770(N770) 인터넷 태블릿'을 칭찬했더랬다. 적어도 온전한 정신이 박힌 기계였다고 믿었으니까. 일찍부터 무선 랜 환경에 필요한 휴대 장치가 갖춰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챈 건 노키아 770 이후 노키아가 유일하다고 여기고 있는 중이다.
아무튼 노키아 770이 보여준 맛은 꽤 괜찮았다. 멀티미디어에 초점을 맞추고 나가던 시대에 인터넷 브라우징과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춘 휴대 장치를 내놓고 간을 보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 장치를 제대로 운용하기 위한 요건을 알차게 꾸민것을 보고 새삼 놀랐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그런 맛에 살짝 감동을 받았을 뿐인데, 나도 모르게 아마존에서 그 후속 기종인 노키아 800(N800)의 주문 버튼을 눌러버렸다. 값은 230불 정도. 그 노키아 800이 지난 주에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모양은 노키아 770에 비하면 정말 많이 달라졌다. 이걸 두고 성형수술 업계 표현으로 말하면 뭐라고 하더라? '완전개조'라고 하나? 제철 만난 갈치마냥 은빛이 반짝거리는 앞부분과 매끈해진 옆선, 독특한 뒤쪽 모양까지 확실히 이전의 노키아 770 이미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세워두기 좋게 만든 스탠드와 2개로 늘어난 SD 카드 슬롯, 심지어 펜까지 모든 게 달라졌다. 스탠드를 펴서 그 사이에 손바닥을 끼우면 손으로 들고보는 것보다 편하게 노키아 800을 다룰 수 있다. 달라지지 않은 것이라면 질 떨어지는 LCD 뿐. 아참, 앞뒤로 180도 회전하는 30만 화소 카메라를 새로 달았다. 이를 이용하면 노키아 800, 810 이용자와 화상 채팅을 할 수 있다. 특징에 대해 여러 말하니까 숨차다. 헉헉~
노키아 800은 OS2007이라 이름 붙인 리눅스 위에서 돌아간다. OS2006이 기본이던 노키아 770에 OS2007을 업그레이드해서 썼던 터라 운영체제 자체는 낯설진 않다. 아마 이글을 처음 읽는 이들은 많이 낯설겠지만. 사실 사실 윈도를 쓰던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GUI와 터치 인터페이스가 다를 뿐이지, PC를 다루던 이들은 금세 익숙해 질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N800을 세팅하면서 한가지 실수를 했다. N800을 받자 마자 OS2008로 업그레이드를 했어야 하는데, 기본 OS2007에 세팅해버린 것이다. 노키아 800을 샀거나 살 예정인 사람들은 되도록 OS2008로 반드시 업그레이드 하시길. 업그레이드 이유는 뒤에 설명하겠다. 아, 노키아 800을 주문하고 난 뒤 우리나라에도 은근히 N800이나 N810을 쓰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woooooo님도 그 중 한 분이다. 덕분에 한글화는 확실하게 해결했다. N800 또는 810의 한글화는 woooooo님의 'Nokia N800 에서 한글 문제를 해결해봅니다.'를 참고하라.
OS2007에서 한글 입출력을 세팅하고 나니 노키아 770보다 훨씬 괜찮은 시스템이 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인터넷에서 한글은 물론이고, gaim을 통해 MSN에 있는 지인들과 메시징을 할 수도 있고, 구글 토크도 할 수 있다. 사실 노키아 770에서는 이런 프로그램 자체가 깔리지 않는다. 블루투스를 통해 연결된 헤드셋으로 스카이프 통화도, 노트에 한글로 메모도 남길 수 있다. 다만 스카이프는 과거 2바이트 한글 코드를 쓰는 탓에 입력은 좀 어렵다. RSS 위젯을 바탕 화면에 띄우고 우리나라 블로거가 발행한 글을 바로 확인도 할 수 있다. 또한 한글 모드의 스크린 키보드에 한글 자판이 나타나지 않는 점도 좀 불편하다. 그럼에도 시스템의 한글화만 해결되었을 뿐인데, 네트워크에 필요한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도구로 몇 단계 이상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다.
무엇보다 인터넷 브라우징은 요만한 장치에서 보여줄 수 있는 능력치고는 기대 이상이다. 속도만 빼고. 아이폰(또는 아이팟터치)와 비교하면 약간 처지는 표시 속도 빼고는 나머지 부분은 낫다. 플래시도 볼 수 있고 그 흔한 자바 형태의 툴바도 제대로 뜬다. 유투브나 태그 스토리 같은 플래시 플레이어도 브라우저 안에서 볼 수 있고, 레몬펜 같은 블로그 툴바도 잘 뜬다. 멀티 터치를 못하지만, 버튼 만으로 전체/창화면 전환, 확대/축소가 어렵지 않고, 펜으로 화면을 누른 채 이리저리 움직일 때의 스크롤도 제법 부드럽다. 더불어 OS2007에서 쓸 수 있는 프로그램과 바탕 화면 위젯도 더 풍부해졌다. 날씨나 FM 라디오 같은 새로운 위젯도 즐겁다.
하지만 좀더 나은 브라우징, 아니 전체적인 환경 개선을 위해서라도 OS2008로 업그레이드를 하는게 좋다. 시스템 속도 때문이다. 노키아 800은 400MHz짜리 ARM CPU를 넣었지만, 출시 당시 넣은 OS2007에서 330MHz로 클럭을 내렸다. 때문에 약간 속도가 처지는 느낌이 드는 데 OS2008을 쓰면 원래 클럭대로 작동한다. 70MHz의 차이지만 실제 느껴지는 속도 차이는 의외로 크다. 특히 인터넷 할 때 느껴지는 속도감이 많이 다르다.
OS2008을 넣은 N800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겠지만, 손을 좀 보면 노키아 800이 주는 가격대비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다. 노키아 800이 모양새가 아주 잘빠졌거나 화려해서 기대 이상이라는 말이 아니다. 이전의 쉬운 프로그램 유통과 설치 같은 유통 환경에 더해 무선 랜 환경에 맞는 쓰임새를 골고루 갖춘 휴대 장치라서다. 멀티미디어 쪽은 좀 재미없지만-너무 딱딱하다- 브라우징과 네트워크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에는 그 어떤 장치보다 재미있고 능력이 탁월하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노키아 800을 본 지인들이 아마존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면 물건은 물건인가 보다. 에혀! 그러고보니 세팅해달라고 좇아올 지인들을 피해다닐 수도 없고, 괜히 설레발 친 걸지도 모를 일이지만.
덧붙임 #
N800에 OS2008을 깔아야 할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면 운영체제의 그래픽이 훨씬 세련된 맛을 주기 때문인데,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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