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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TV의 역습.. 한국 전자업계 '비상'

에루화 2008. 4. 13. 11:37

<소니 TV의 역습..한국 전자업계 '비상'>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4.13 07:12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세계 TV시장에 소니 경계령이 내려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소니가 작년말부터 미국과 중국에서 LCD TV 저가 판매 공세에 본격 나서면서 경쟁사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소니는 전통적인 TV 맹주로 군림해 왔지만 몇년전부터 한국의 삼성전자에 글로벌 시장 1위 자리를 내주며 체면을 구겨온 터다.

그러나 올해들어 연간 LCD TV 2천만대 판매목표를 내걸어 업계를 놀래키더니 수개월간 미, 중 TV 시장에 초저가품을 쏟아내며 시장을 파고들어 경쟁사들의 맞대응을 자극하고 있다.

◇ 소니 "미국.중국시장은 내것이다" = 소니는 최대 TV 시장이라는 미국에서 작년말부터 LCD TV 제품 가격을 단계적으로 내리기 시작해 현재는 원래 가격에서 400달러 가까이 인하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현지 주요 대형 유통매장에 나온 42인치 HD급 동종 모델을 비교했을 때 소니 TV는 작년 10월 중순 1천400달러에서 12월말 1천300달러로 떨어졌고 2월말에는 다시 1천150달러까지 내려섰다.

이 같은 가격 인하에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손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삼성전자는 작년 10월 중순 1천300달러에 팔았던 동급 기종을 지난 연말에는 1천달러까지 내렸다 2월말 다시 1천150달러로 소폭 올리는 식으로 소니의 저가 공세에 맞불을 놨다.

LG전자도 작년 10월 중순 1천200달러에 팔던 동급 TV를 결국 2월말에는 1천80달러까지로 내려야 했다.

디지털 TV의 새로운 '황금어장'인 중국에서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40인치 풀HD TV를 기준으로 볼 때 소니는 작년 12월 1만3천500위안에 팔던 제품을 2월에는 1만400위안까지 내렸다.

삼성전자도 이에 따라 작년말 1만4천300위안 하던 동급 제품 가격을 올 2월에는 1만1천100위안으로 인하해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니는 미국과 중국을 타깃으로 집중적으로 저가 제품을 쏟아내고 있는데, 특히 중국에서 소니 TV 가격은 현지 후발 업체 제품과의 차이가 5% 수준까지 근접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 소니, 언제까지 저가공세할까 = 소니의 저가 공세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소니가 올해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 재고 물량을 털어내는 과정일뿐'이라는 낙관론에서부터 '업계의 판도가 변할 수 있다'는 위기론까지 다양하다.

최근 유럽의 필립스가 북미 시장에서 LCD TV 사업을 철수한 것도 소니의 공세를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오는 가운데 일단은 소니가 최근 저가제품들이 모두 작년 이전에 나온 구 모델이기에 더 지켜보자는 신중론이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니가 올해 주력 신제품을 곧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는 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고, 연초 미국에서 열린 가전쇼 '2008 CES'에서 특별히 이목을 끄는 신제품을 선보이지도 않았다.

최근 '보르도 650'를 내놓은 삼성전자와 'LG60'을 앞세운 LG전자가 이들 신제품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과연 소니의 저가품과 경쟁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유다.

일단 구 모델은 손실을 감당하면서 소니와 보조를 맞춰 값을 내릴 수 밖에 없지만, 신모델은 제품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그와 같은 염가로 내놓을 수 없다.

삼성과 LG는 획기적인 디자인과 기능으로 무장했다면 소니는 파격적인 염가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TV 강자인 소니가 품질이나 디자인에서 한국 제품에 비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소니의 TV 전략이 이달부터 바뀔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소니가 최근 TV 사업을 이끌어온 타카시 후쿠다 씨 대신 오디오 사업부장을 지낸 히로시 요시오카 씨를 새로운 TV 사업부문장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책임자 교체에 따라 소니의 TV 전략 수정도 불가피할 것"이라며 "최근의 저가 전략은 공격적이긴 하지만 수익에 결코 좋을 수가 없으니 조만간 전략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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