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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군 북면 화악리와 적목리에 자리한 화악산(1,468.3m)은 경기도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다. 측량기술이 없던 옛날 선조들은 화악산을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정중앙으로 생각해 왔다. 그래서 화악산 정상을 가운데 중(中) 자를 써서 중봉(中峰)으로 불러왔다. 이웃나라 중국(中國)이 자기네가 지구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발상인 것이다.
우리나라 지도를 볼 때 전남 여수에서 북한 중강진으중강진으로 이어지는 선이 국토자오선(동경 127도 30분)이다. 그리고 북위 38도선을 그으면 두 선이 만나는 곳이 바로 화악산 정상이다. 평북 삭주에서 경남 울산으로 이어지는 선과, 백두산에서 한라산으로 이은 두 선의 교차점도 화악산에서 만나는 것이 신기하다.
운악산, 송악산, 관악산, 감악산과 함께 경기 오악으로 쳤던 화악산은 풍수상으로도 조선의 심장에 해당하는 대길복지 명당으로 전해오고 있다. 해좌승람 산경표에는 화악산(花岳山)으로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화천·가평 고을에서 산제(山祭)를 올린 명산이라 기록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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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봉 갈림길 공터에서 남동으로 본 조망. 촉대봉(앞) 몽덕산 가덕산(뒤) 줄기 뒤 멀리는 홍천 가리산과 춘천 대룡산이다.
- 이 산 아래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살아온 토박이 주민들에 의하면 옛 조상들은 산세가 크고 넓다는 뜻으로 광악산(廣岳山)으로도 불렀다 한다. 그리고 이 산에서 산제를 올렸다는 증거로는 6.25 전쟁 직후 이 산 꼭대기에 미군이 주둔하며 막사를 짓기 위해 땅을 고르는 과정에서 제기(祭器)가 출토되었다는 설도 전해진다.
화악산은 높이가 해발 1,400m가 넘는 만큼 적설량도 많다. 따라서 적설량과 비례되기도 하는 설경이 미들급을 훌쩍 뛰어 넘어 헤비급에 가깝다.
화악산 설경산행은 하루해가 짧은 겨울에는 산행거리가 짧은 화악리 방면이 편리하다. 화악리 방면에서도 종점인 중간말에서 건들내~칠림계곡~천도교수도원~오림계곡을 경유하는 코스가 정상에 이르는 최단 코스다.
또는 중간말에서 건들내~삼림계곡~실운현~화악산 동릉 남측 사면으로 이어지는 보급로를 따라 오르는 코스도 종종 이용된다. 실운현 경유 보급로 코스는 천도교수도원 경유 코스보다 길이가 1.5배 가량 길다. 그러나 적설량이 많더라도 급경사를 피하는 자동차 길이어서 산행시간은 거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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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에는 실운현에서 정상방면 보급로도 항상 눈길이다.
- 중간말 종점에서 북쪽 화악산을 마주보며 약 30분 가면 건들내 마을 왕소나무 아래 삼거리다. 삼거리에서 수도원 가는 길은 왼쪽 계류를 건너간다. 계류를 건너면 곧이어 칠림계곡 안으로 들어간다.
계곡 안으로 8~9분 가면 칠림유원지(민박집·겨울에는 휴업)에 닿는다. 이어 오르막을 25분 가량 오르면 다리를 건너간다. 다리를 건너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급경사로 10분 가량 오르면 큰 소나무 아래 휴식장소에 닿고, 약 100m 더 가면 천도교수도원 안으로 들어선다.
수도원 연못 오른쪽 샘터를 지나가면 잣나무숲 속으로 들어간다. 잣나무숲을 통과하면 오림계곡으로 이어지는 옥녀탕 갈림길(←옥녀탕 60m, 중봉 3.5km↑ 푯말)에 닿는다.
갈림길에서 직진하는 오림계곡 길부터 본격적인 눈터널이다. 여름 녹음기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고, 겨울이면 나뭇가지에 피어난 눈꽃들이 하늘을 가리는 곳이다. 설경을 즐기며 약 35분 들어가면 왼쪽으로 계류를 건너기 직전 휴식장소(↑중봉 1.40km, 건들내 3.50km↓ 푯말)에 닿는다.
휴식장소에서 계류를 건너 산죽군락지를 8~9분 통과하면 축대 위 삼거리다. 삼거리에서 계곡길은 끝나고 왼쪽 급경사 사면길로 이어진다. 급경사로 20분 오르면 능선길로 올라선다. 이후 능선길로 40분 가량 오르면 실운현에서 올라오는 보급로의전신주(←중봉 0.70km, 건들내 5.60km↓ 푯말)에 닿는다. 이후 남서쪽 방면 보급로를 따라 10분 가량 가면 보급로가 오른쪽으로 굽돌아 오르는 공터 앞(‘화악산 정상 300m 전→, 등산객은 중봉 방면 길을 이용바랍니다’ 푯말)에 닿는다.
이곳에서 정상 방면은 민간인 출입금지구역이다. 푯말 앞에서 왼쪽 공터로 내려서면 사면길 입구(←중봉 0.25km, 10분 소요 푯말)가 있다. 사면길로 15분 가량 가면 화악산 남릉 상 중봉 삼거리에 닿는다. 화악산 등산은 여기까지 오르면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북쪽으로는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다.
중봉에서 조망은 일품이다. 북서쪽 조무락골 건너로는 석룡산이 한북정맥 상의 국망봉, 도마치봉, 백운봉, 광덕산 등과 함께 광활하게 펼쳐진다. 남서쪽으로는 명지산, 귀목봉, 청계산 줄기 너머로 운악산이 고개를 내민다.
애기봉과 수덕산으로 이어지는 남릉 너머 멀리로는 가평읍이 보인다. 가평읍 너머 더 멀리로는 용문산이 하늘금을 이룬다. 남동쪽 화악리 협곡 건너로는 촉대봉에서 이어지는 몽덕산, 북배산, 가덕산, 계관산, 삼악산으로 이어지는 산릉들이 너울거린다.
화악리 중간말 종점을 출발하여 왕소나무 삼거리~칠림계곡~천도교수도원~오림계곡~보급로 전신주~출입금지 푯말 공터를 경유해 중봉에 이르는 산행거리는 약 7km로, 4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적설량이 무릎을 넘는 경우 5시간 이상 소요된다.
하산은 다시 보급로 전신주 방면 공터로 나온 다음, 실운현~삼림계곡 보급로~건들내~왕소나무 삼거리를 경유해 중간말 종점으로 내려서는 코스가 편리하다. 또는 중봉 삼거리에서 서릉을 타고 내리다가 조무락골, 또는 계속 서릉을 타고 언니통봉을 경유해 적목리 용수동 종점으로 내려간다. 남동쪽 관청리 큰골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다.
중봉에서 남릉으로 40분 거리인 1142m봉을 지나 약 1km 더 내려간 사거리 안부(애기봉 못 가서)에서 동쪽 옥녀탕 경유 수도원으로 가는 길도 있다.
교통
- 서울→가평 동서울종합터미널(전철 2호선 강변역)에서 1일 44회(06:00~22:00), 상봉터미널에서 40회(06:00~21:30) 운행하는 가평행 버스 이용. 요금 5,600원. 1시간20분 소요.
청량리역 환승정류소에서 1시간 간격(06:00~21:00)으로 운행하는 1330-2번(가평), 1330-3번(목동) 좌석버스(진흥여객 031-585-7242) 이용. 요금 1,800원.
열차편 청량리역에서 1일 19회((06:15~22:30) 운행하는 남춘천행 이용, 가평역 하차. 요금 3,900원. 1시간25분 소요.
가평→화악리 1일 5회(06:20, 08:35, 12:30, 17:00, 19:40) 운행하는 용수동행 버스 이용. 요금 1,600원. 45분 소요.
화악리→가평 1일 4회(07:20, 09:30, 13:40, 18:00) 운행.
가평→적목리 1일 5회(09:00, 11:00, 15:00, 16:40, 19:20) 운행하는 적목리 용수동행 버스로 종점 용수동에서 하차. 30분 소요.
용수동→가평 1일 5회(07:00, 10:10, 12:00, 16:10, 17:50) 운행.
숙식 (지역번호 031)
화악리 종점 만물수퍼(주인 강경자·582-0645)에 미리 전화하면 민박을 할 수 있다. 주변에 10여 개가 넘는 유원지 민박집들은 겨울에는 거의 다 영업하지 않는다.
만물수퍼에서 두부찌개백반·된장찌개백반(5,000원), 두부전골(소 10,000원, 대 20,000원) 등을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