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세상을 향한 엘레지
닉 브랜트(Nick Brandt)의 아프리카 동물사진은 시각적인 아름다움 뿐 아니라 우리의 감정과 느낌을 강하게 뒤흔드는 애절함의 기록이다. 아프리카 동물 하면 떠오르는 거칠고 사나운 맹수들의 일반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그의 사진 속 동물들은 고독과 평화 그리고 위엄을 아프리카 특유의 광활하고도 아름다운 자연배경과 함께 표현되어 있다.
그의 사진은 아프리카 동물의 세계를 사나운 맹수나 거친 야생동물들의 생태를 보고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거부하고 그들의 삶을 아름다운 환경과 함께 드라마 형식으로 표현한 예술성이 돋보인다. 종류와 장소를 불문한 닉 브랜트의 동물들에 대한 동정과 애정은 남다르다. 그는 자신의 사진을 동물 초상사진이라고 표현할 만큼 동물들을 인간들과 똑같은 신의 창조물로 생각하고 동물들의 영혼과 감정을 그의 사진 속에 담고 있다. 그는 그가 가지고 있는 동물들에 대한 친밀감과 동정 그리고 애정을 모두 동원해 최대한 동물들에게 가까이 접근하는 촬영방식을 택한다. 가까운 거리에서 그의 눈과 렌즈에 순간적으로 포착되는 동물들의 행동과 모습 자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생소한 동물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갖게 한다. 또한 시간이 가고 세월이 지날수록 우리 인간들의 잘못으로 파괴되어가는 이 세상을 향한 안타까움이 가득 배어있다.
많은 평론가들은 평범하지 않은 그의 아프리카 동물사진에 대해 저마다 예술적 표현으로 극찬한다. 그는 영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현재 결혼해 캘리포니아의 Topanga Canyon 에서 그의 동물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수차례 런던, 베를린, 함부르크, 엘에이, 산타페,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을 돌며 개인전을 가졌다. 그는 2005년 가을에 출판될 On This Earth - Photographs from East Africa 를 준비중이다.
태혜성(아래 태) : 아프리카에서 동물 사진을 찍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닉 브랜트(아래 닉) : 나는 어려서부터 동물들을 매우 좋아했다. 하지만 사진가가 된 이후부터 동물에 대한 애정과 나의 창작을 어떻게 융합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고, 이에 대한 많은 고민을 했었다. 1996년 처음 동아프리카를 방문했을 때 그곳이 너무 좋아졌고, 그곳에서 나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특별함을 발견했다. 아프리카에서만 보고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동물들과 자연환경이 나를 그곳에 머물게 했다. 이후, 2000년에 오랜 생각 끝에 아프리카 사진가로 돌아왔을 때 마침내 사진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었다.
태 : 아프리카 동물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동물에 대한 당신의 특별한 애정이 있는가?
닉 : 동, 남아프리카의 동물들에게서는 어떤 깊고 심오한 형태나 마치 신화적인 무엇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아프리카의 광야에는 깊은 감정을 동요시키거나 애정을 갖게 하는 느낌이 있다. 굽이굽이 펼쳐진 광대한 녹색의 광야와 하늘 아래 서 있는 아카시아나무가 그 아름다움을 더하면, 그것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완벽함을 나타낸다. 기회가 된다면 아프리카에 와서 보길 권한다. 보고 느끼지 못한 사람은 그 아름다움을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인간이나 인간 이외의 모든 세상의 창조물들이 모두 함께 동등한 삶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동물과 내가 동등하다는 생각과 느낌 그리고 믿음은 내가 동물을 촬영할 때마다 사진에 반영된다. 나는 동물들에게 우월감을 가지고 사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 안타까움을 갖는다. 같은 창조물이지 않는가?
태 : 앞으로도 아프리카에서 계속 작업할 생각인가?
닉 : 그렇다. 내 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 아프리카에서 작업을 할 것이며, 이곳에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찾을 것이다.
태 : 작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
닉 : 우리 인간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잘못된 행위로 인해 사라져가는 이 아름다운 세상을 먼저 말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와 많은 점에서 같은 특성을 공유하고 있는 동물들의 본성적인 위엄을 통해 나의 생각을 보여주고 싶다. 나의 사진들은 소멸되어가고 있는 세상에 대한 기록이며, 슬프고 애절한 노래이다.
태 : 참여하고 있는 환경단체가 있는가?
닉 : 참여하고 싶지만 아직은 마음 뿐이다. 작업에 더욱 충실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 생각하고, 아직은 공식적으로 어떤 역할을 책임지고 일하는 단체는 없다. 다만 여러 곳에 재정적인 보조를 조금씩 하고 있고, 때가 되면 참여할 것이다.
태 : 아프리카에서 작업을 하면서 특별히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이고, 당신이 계속 아프리카에서 작업을 하게 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닉 : 가장 힘든 점은 오랜 시간 계속되는 운전과 관찰 그리고 기다림이다. 이런 끝이 없을 것 같은 기다림으로 괴로울 때가 많았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불가피한 일들이다. 어떤 때는 닷새동안 카메라 셔터를 한번도 누르지 못하고 지낸 적도 있었다. 이럴 때는 내가 예전엔 도대체 어떻게 사진을 찍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며, 좋은 장면들이 포착된 그런 사진들을 과연 다시 찍을 수 있을까? 의구심마저 들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무엇인가가 나타나고 결국은 촬영을 한다. 이런 오랜 기다림과 관찰이지만 촬영은 15분 또는 15초 내에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내가 그곳에서 일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그 이유는 바로 15초 또는 15분 동안 포착할 수 있는 광경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태 : 대부분의 작품에서 상당히 정적이면서, 일종의 고요함과 평화스러움 속에 외로움과 긴장감이 보인다. 특별한 의도가 있는 표현인가?
닉 : 그렇다. 우선 내 작품을 제대로 읽어줘 고맙다. 고요함, 평화, 외로움, 긴장감 등은 의도된 표현이다. 동물들을 통해 그런 감정이나 느낌이 표출되는 이유는, 내가 동물들을 촬영할 때 마치 사람의 성격, 개성 또는 영혼을 포착하는 초상사진(portrait) 작업을 하는 마음으로 촬영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을 촬영하는 초상사진이 아닌 동물을 촬영하는 초상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내게 있어 동물은 똑같은 창조물이기 때문이다.
태 : 코뿔소 사진을 포함한 몇몇 사진에서 당신의 사진이 디지털이 아닌 필름작업이란 추측을 한다. 촬영 이외에 필름 현상이나 인화를 직접 하는가? 만일 직접 한다면 작업의 크기는 어느 정도 되나?(막연히 스케일이 큰 작업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닉 : 암실 작업을 3년전에 그만두었다. 예전엔 필름 작업을 나의 암실에서 필름 현상기로 직접 현상하고 현상에 관한 판단도 모두 스스로 했다. 하지만 요즘은 하지 않는다. 내 생각으로는 포토샵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암실이라고 생각한다. 포토샵은 암실작업을 통해서는 불가능한 강한 음영 속 조그만 것들을 모두 끄집어낸다. 그렇지만 인화는 직접 한다. 작업의 크기는 크면 클수록 더 좋은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이즈가 큰 이미지는 장엄하며, 위엄스럽게 보이게도 하고 때로는 마치 서사시를 읽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가장 크게 인화를 했을 때에는 44×60, 40×80 inch 까지 확대한 적도 있었다.
태 : 인화 과정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은 어디인가?
닉 : 하늘의 구름을 묘사하는 일인 것 같다. 나는 가능하면 하늘에 있는 구름 한 조각까지도 자세하게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항상 네가티브에서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구름 조각까지 모두 보이려고 노력한다.
태 : 망원렌즈를 사용하기 보단 동물에게 직접 다가가 촬영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들었다. 동물촬영을 하면서 동물들을 다루거나 그들과 친숙해지는 당신만의 방법이 있는가?
닉 : 그렇다. 나는 망원렌즈를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내 사진들은 일상의 사람들을 카메라로 보는 것과 같은 시각이다. 동물들을 대하는 노하우는 경험과 애정에서 우러나오는 한 교감이 기본적으로 형성돼 있어야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동물들이 나 자신 또는 사람들을 편하게 느낄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이다.
태 : 주로 사용하는 카메라와 렌즈, 필름 등을 소개해 달라.
닉 : Pentax 67 II 중형 카메라에 55, 105mm(standard)와 200mm(x2) 렌즈를 주로 사용하고, 필름은 Kodak T-Max 100과 400그리고 Macophot IR 820을 사용한다.
태 :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소감을 부탁한다.
닉 : 한국에 있는 독자들 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사람들은 애완동물로 동물을 기르기도 하며, 또는 다른 목적으로 사육하기도 한다. 한가지 고정관념으로 동물을 바라보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다. 모든 사회에서 식용으로 키워지는 동물들은 사육장이나 도살장 같은 끔찍하고 열악한 환경에 사육되고 있다. 그들은 자신에 대한 어떤 생각이나 동정심이 전혀 배재된 상태에서 산다. 나의 사진에서 보여지는 동물들과 집에서 여러분들이 키우는 애완동물들, 또는 식탁에 올려지는 동물들 모두를 우리는 애정을 갖고 보아야 한다.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한번쯤은 다른 시각으로 봐 달라, 모든 동물들은 우리 인간들과 동등하게 애정으로 다루어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점점 더 사람들은 동물들이 감정이 있고 아픔이나 외로움 또는 애정을 느낄 줄 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또한 이 지구상에 있는 우리 모두는 인간이나 동물들을 연민과 사랑으로 다루어져야 함을 인식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글 / 태혜성객원기자(월간사진 2005년 3월호 게재)
말라이카(Malaika)
너무도 가난해 사랑하는 여인과 이별하는 가슴 아픈 사랑의 전설이 담겨있는 아프리카 동부지역의 대중적인 노래이다. ‘말라이카’는 ‘천사’라는 뜻으로 연인을 가리키는 말이며, 예전엔 아프리카에서 청혼하는 남자가 신부의 집에 소나 염소 같은 재물을 주어야 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이 재물이 없어 사랑하는 여인과 눈물의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들의 이루지 못한 사랑의 슬픔이 담겨 있다.
Nick Brandt
Solo Exhibitions
2005 Stephen Cohen Gallery, Los Angeles
2005 Photo-Eye Gallery, Santa Fe
2005 Fong/Heimerdinger Gallery, San Francisco
2004 Gallery 206, Berlin
2004 CameraWork Gallery, Hamburg
2003 June Bateman Gallery, New York
Bibliography
On This Earth : Photographs from East Africa. Nick Brandt w/ forewords by Jane Goodall and Alice Sebold. Chronicle Books, San Francisco, 2005
Artist Statement
Nick’s exquisite photographs arouse deep emotions. They inspire a sense of awe at the beauty of creation and the sacredness of life. It''''''''''''''''s almost impossible to look through his work without sensing the personalities of the beings whom he has photographed.
JANE GOODALL(Author, Conservationist, Primatologist, UN Messenger of Peace)
The photographs of Nick Brandt are both beautiful and haunting. When I first saw them, I grew very quiet, because Brandt’s reverence for his subjects was so immediately clear....You are about to enter a world of the imagination where all the animals are real, both fragile and full of grace.
ALICE SEBOLD(Author of “The Lovely Bones”)
Nick Brandt’s photographs of African animals and landscapes are both epic and iconic. It’s a vision of Africa that we have not seen before.
MARY ELLEN MARK(Photographer (“American Odyssey 1963-1999”/ “Twins” / “ndian Circus” / “Streetwise”)
Nick Brandt’s photography is beautiful and elegaic in a classic way, and also “strange” in the best sense; those who know East Africa must grieve to think that our own species could be so greedy and unwise as to let such magnificent creatures disappear.
PETER MATTHIESSEN(Author of “At Play in the Fields of the Lord”, “The Tree Where Man Was Born”, “The Snow Leopard”, “African Silences”)Process Statement All photos shot on Pentax 67 medium format on Kodak T-Max 100, T-Max 400, Ilford Delta 3200 and Macophot Infra Red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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