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화, 경제

청개천은 진정 사기였다. 샌안토니오 리버워크를 가다.

에루화 2008. 4. 12. 19:19
청개천은 진정 사기였다. 샌안토니오 리버워크를 가다. [55]

 

리버 워크 ; 그날 미국 대학농구 결승전이 있어 유난히 사람이 많았다.

 

며칠전 학회가 있어 갑자기 텍사스에 가게 되었다. 특별한 일정이 없었고 학회를 보고 돌아오는 길 같이 가셨던 교수님 한분이 샌안토니오를 가자고 하셔서 아무생각없이 따라 나섰다.

그런데 눈이 확 뜨였다.

도시 한가운데에 운하 비슷한 것이 있었다. 사실 운하라기 보다는 우리나라의 청계천을 연상시켰다. 비슷한 폭과 모습 하지만 깊은 물과, 떠다니는 유람선들 그리고 잘 준비되어 조성된 숲들과 강따라 늘어선 카페들과 북적 거리는 사람들...그리고 시멘트 바닥이 아닌 흙 바닥에서 노니는 송사리 때들, 우리나라의 청계천의 수심 50cm의 한강에서 끌어 올린 물과, 시멘트로 만든 둑과 시멘 바닥과 누군가 방류한 잉어때들과 그리고 어울리지 않는 인공 분수들 분명 차이가 있었다. 같이 갔던 일행들의 입에서 "이건 뭐 청계천은 사기잖아?"라는 말이 흘러 나왔다. 누가 강요한 말도 아니었고, 나 이외의 사람들은 청계천에 호감을 갖는 사람들이었다.

 

 

10m의 강폭 그리고 좌우 3m정도의 보행로 그리고 양쪽의 둑에 걸린 카페들 무척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카페 위로는 차가 다니고 있었다.

 

 

27m의 강폭에 흐르는 수심 50cm내외에 한강에서 끌어온 물, 시멘트로 발라버린 바닦 삭막한 강뚝. 왠지 쓸쓸한 것은 나만의 기분인가......

한국에 돌아와 샌안토니오의 운하 '리버워크'에 관하여 여기 저기 기웃거렸다. 대충은 이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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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워크는 1920년대 주변의 강물의 범람을 막기 위한 댐과 수로 건설 등 제반시설을 정비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가 1960년대부터는 장기 구상 아래, 10년 단위의 세부 계획을 세워 자본을 확보하고, 강변 환경의 재편성을 위해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였고 시는 강 주변 상업시설의 디자인을 모니터하고 관리하는 자문위원회(Riverwalk Advisory Commission)를 만들어 강을 지역별로 특성화하여 발전시키는 정책적 토대를 마련해오다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과정에서 주민들과의 마찰도 있었고 반대도 있었으나 꾸준히 정책을 추진하면서 설득하여 오늘의 리버워크가 만들어 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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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핵심이었다. 왜 사람들이 청계천을 본 사람들이 리버워크를 보고 왜 "청계천은 사기잖아......"라고 말을 했을까? 바로 청계천은 이런 논의 과정이 결여 되었던 것이다.

"구조상 틀리잖아?" 라고 말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히려 청계천이 더 유리 했다. 리버 워크의 강폭은 겨우 10M 남짓으로 27M인 청계천에 한참 못 미친다. "청계천은 도로보다 아래 잖아?" 라고 말을 하시는 분이 계시겠지만 리버워크 역시 도로 아래에 위치한다.

문제는 이것이다.

리버워크는 오랜기간 주민들과 이야기하고 10년 단위로 시간을 들여 가장 알맞는 모습으로 도심의 모습에 맞추어 만들었다. 아마 누군가의 추진은 있었겠지만 그것이 단기간 속성 완성의 청계천의 추진과는 차이가 난다. 충분한 여유를 갖고 다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급하지 않게 정확히 추진하였다.

하지만 청계천은 어떤가? 왠지 모를 공사기간 때문에 거대한 인공 수조로 변한 청계천의 바닥은 시멘트로 발라졌고, 양옆의 벽은 왠지 모를 두려움을 준다. 그리고 쥐들이 나다니고 곧곧에서 쿵쿵거리면서 지었을 개발의 냄세가 난다.십년이 아니라 며칠이 아까와 수많은 문화재는 흔적없이 사라지고 변형 되었다.

 

리버워크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운하에 대한 글은 읽어 보았다.

놀랍게도 운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한 많은 글에서 이 리버 워크의 성공사례를 인용한 글을 보았다. 이 리버 워크는 운하의 성공이 아니다. 끊임 없는 시간동안 심사 숙고 하고 논의하고 계획하고 준비한 그 모습이 성공한 것이다. 오히려 리버 워크는 대운하를 몇년안에 만드느니 임기안에 끝날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에 "안된다"는 쇄기를 박는 이야기다.

만일 정말 운하가 필요하다면 천천히 10년, 20년 개획을 세우고 해야 한다는것이다. 정말 필요하다면 주변과 어울리고 주변이 도움을 줄테니까......

그것이 아니라 정권에 필요하여 시행한다면. 고민하고 반대해볼 문제다.

 

마지막 한가지.

그래도 청계천이 좋다는 분들이 있다. 그러면 어린이대공원에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린이 대공원은 20년전에는 최고의 장소였다. 지금도 그럴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서 본다면 새마을 운동 그리고 70년대 개발시대와 관련된 철옹성 같은 풍경들이 곳곳에서 보이며. 그것을 지금 보자면 너무나 쓸쓸 하고 어색하다.

아마도 청계천도 아마 10년이 지난다면 급하게 만든 최신 트랜드가 얼마나 어색하고 촌스러운지를 보여주는 흉물이 될지도 모른다.

긴글 정리하자면 청계천을, 적어도 열어 보고 고치려 한 시도는 훌륭했다. 하지만 그야말로 컴도져라고 자칭하는 개발업자들 덕분에 묘한 가면을 걸친 꼴이 되어 버렸다. 마치 나이든 후의 성형 부작용은 알지만, 당장이 중요해 성형을 한 사람의 얼굴 꼴이다.

중요한것은 그것이다.


청계천이던 아니면 우리나라의 강은 나만 살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자식이 그리고 우리 후대들이 영유할 것이라는 것이다.

샌안토니오를 걸으면서 사람들이 나누었던 대화 다시 생각 난다.

"뭐야 청계천은 완전 사기잖아...."

제발 모든것이 사기가 아니길 빈다.

 

            리버 워크; 불과 10m에 북과한 폭에 멀리 유람선이 다니고 녹음이 우거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