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총선거가 끝났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안정과반수 153석을 얻었다. 국정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서는 집권당이 153석 정도를 갖는 것은 정상이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민심이 균형감각을 상실하였음을 알 수 있다.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기타 무소속 중 대부분은 한나라당과 한 식구가 아닌가. 그네들의 의석수를 합하면 200석을 훌쩍 넘긴다고 한다. 국회 재적의석 299석의 2/3를 넘는 보수일방의 구도가 된 셈이다.
그 중심에 서울시민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민들은 전체 의석 48석 중 40석을 한나라당에 몰아주었다. 한 때 여촌야도(與村野都)라는 말이 있었다. 농촌지역의 무지몽매한 노인층들은 독재부패세력의 위협적 언사에 의해서든 그들의 감언이설에 속아서든 공화당, 민정당, 민자당을 찍었지만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시민들은 대의명분에 따라 투표하였던 것을 일컫던 말이었다.
지역주의라는 것도 있어 왔다. 영남과 호남 그리고 충청의 지역민들이 연고정당에게 투표를 하는 행태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68석의 영남과 31석의 호남 그리고 24석의 충청이 지역을 가지고 대등하게 경쟁할 수는 없었다. 하여 그 비대칭적 지역주의를 바로잡아 주었던 것이 서울시민이었다. 대의명분에 입각하여 균형추 역할을 해주었던 것이다.
그런 서울시민들이 지금은 균형감각을 상실했다. 대의명분도 버렸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해야 할까.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고 얼버무려 버릴까.
‘상전벽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뽕나무 밭이 바다가 되듯이 허름한 재건축대상 아파트가 초고층의 주상복합아파트로, 또 낡은 단독주택단지가 반듯한 뉴 타운으로 바뀌면서, 또 그렇게 바뀐다고 하면서 몇 억원의 꽁돈이 굴러들어오는 그 짜릿한 희열 앞에서 우리 서울시민들은 합리적 이성도, 대의명분도 모두 모두 헌신짝 처럼 버릴 수 있었다.
한 때 대의명분을 가졌던 시민들은 자신들의 투표권을 포기함으로써 자신들의 허접한 욕망에 부응하였고 그 대의명분이 애시당초 없었던 시민들은 자신들의 지저분한 욕망을 대의로 포장하면서 당당하게 투표장에 나갔다.
우리들의 선택은 우리들의 미래를 행복의 세상으로 이끌어 줄 것인가. 혹여 꽁돈에 목메는 우리들의 욕심이 우리 경제를 망치고, 우리 아이들의 앞날을 끝 모를 낭떠러지로 내몰지는 않을까 자꾸만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든다. 제발 기우(杞憂)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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