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화, 경제

[스크랩] 어느 영어강사의 하소연

에루화 2008. 3. 25. 15:32

우리 사회를 일컬어 소위 영어 광풍의 사회라고들 합니다.

 

새로 출범한 정부의 방침도 그렇고 국민들 대다수가 영어를 잘해야만 경쟁력이 있다고 여기는 관계로 시간이 가고 해가 갈수록 영어 사교육 시장은 급격히 팽창되면서 며칠 전에는 블로거 뉴스를 통해서도 한 학원장이 요즘 들어 수입이 30%가 늘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접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온 사회에 영어열풍이 부는만큼...그래서 영어 사교육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는 비율만큼 영어강사의 처우도 개선되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네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실감하게 하는 일을 글쓴이는 최근에 만난 한 후배를 통해 알게 되어서 여기에 소개하려고 합니다.

 

어제 오후에 4년째 영어강사를 하고 있는 대학 후배(여자)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후배의 목소리도 그렇고 분위기 자체가 어두워 보여서 무슨 고민이 있구나 생각이 되었고 평소 오랜 시간 보지 못했던 친구라 겸사겸사 자리를 마련해 식사도 하고 간단하게 술 한잔 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이 친구가 하는 말이 조만간 영어 강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려고 준비중이랍니다.

 

글쓴이는 여자 후배의 말을 듣고 지금 시점에서 왜 갑자기...그리고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이 후배가 하소연하기를 말이 좋아서 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영어 강사였지 이건 완전히 영업사원이나 마찬가지라는군요...

 

어떤 면에서 그런 말을 하게 되었느냐고 글쓴이가 물었더니 자신은 중1~중3학년까지의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한반에 15명~20명가량의 학생단위로 하루에(시간은 보통 학기중에는 오후 6시부터 오후11시 30분까지!)  보통 6개반 정도 가르치고 있다면서 방학때는 오전 일찍부터 (9시~10시) 하루종일 강의를 하는데 몸이 지치는 것은 둘째치고 한달마다...그리고 말일이 돌아올때마다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한달 말이 될때마다 그토록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를 말해주었는데 자신이 맡았던 반의 학생(수강생)이 단 한명이라도 줄어들면 자신의 강의내용과 실력은 대번에 학원장이나 다른 학생,학부모부터 의심을 받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신이 강의를 맡고 있던 반이 줄어들고 수당이 줄거나 심한 경우 자신이 맡던 강의 자체를 없애버리고 해고를 시키기에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 집에 수시로 전화를 해서 학부모들을 안심시키고 학생들에게도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 어떻게든 영어 성적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하는데 문제는 요즘 아이들이 워낙에 가정교육이 부실해서인지 버릇이 너무나 없고 자기중심적이라 타이르면서 가르치는데도 한계가 있고 성적 향상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얼마나 교활하고 자기중심적인 면이 심한지를 털어놓았는데 반년전부터 영어성적이 형편없는 그룹을 두어 반 정도 지도했는데 네가지 없는 몇몇 아이들은 영어 강사인 자신보고 능력이 없어서 자신들의 영어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자신의 부모님(특히 엄마들!)들에게 가서 변명을 했고 그 결과 학부모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들어야만 했으며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사정을 설명하고 해명을 하자 학원장으로부터도 당신이 그렇게 잘했고 잘났으면 EBS 방송이나 소위 연봉 10억을 받는다는 스타강사를 하지 왜 여기서 이렇게 사느냐고 하는 핀잔을 듣고 집에 돌아오면서 많이 울기도 했었다는군요...

 

또한 일요일같은 휴일때라도 학교의 시험기간 전후로는 보충학습이라고 해서 쉬지 못하고 나가야만 하고 다른 학원과의 차별성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학원장의 성화때문에(문제 유출이다 뭐다해서 말이 많은 요즘 사회분위기가 학원강사에게는 이렇게 작용하고 있었다!) 매달 강의교재를 새로 만들고 편집하느라 도무지 쉴틈이 없었다고 합니다.

 

글쓴이는 그 말을 들으며 그렇다면 학원에서 월급은 많이 주느냐고 물었더니 만 4년차인 지금 한달에 160만원을 받고 보충이다 뭐다 해서 한달내내 오버타임을 하면 180만원까지는 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영어 강사들의 사정이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글쓴이는 다시 후배에게 조만간 학원을 그만두고 유학을 간다는데 4년간 영어 강사를 하면서 돈은 많이 모았느냐고 물었더니 이 후배가 한숨을 쉬며 하는 말이 요즘 들어 시중에 유명한 유학원을 여러 곳 다니며 상담을 받고 있는데 돈이 문제가 아니라 학원강사는 타직장인에 비해서 여러모로 유학비자를 발급받기도 쉽지가 않다고 합니다!!!

 

이 시점에서 조금 의외인 후배의 말에 글쓴이가 이유를 물었더니 대부분의 학원강사들은 소위 4대보험이 적용되지 않아서 통장내역이 없고 일반기업체라면 대부분 발급하는 근로소득 원천징수증같은 것들이 발급되지 않아서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는 경력을 인정받고 증명할 수단이 별로 없다면서 아주 유명한 대형학원의 일부 강사들을 제외하곤 비자발급과정 자체가 순조롭지 못하다고 합니다.

 

이 후배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글쓴이도 학원강사들이 4대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자세하게 내막을 들었던 적은 없어서 좀더 자세히 이 부분을 물어보았더니 이 후배가 하는 말이 학원에서 4년동안 월급을 통장이 아닌 현찰로 봉투에 넣어서 지급했고 작년(2007년) 9월이 되어서야 통장으로 돈이 입금되었는데 그 정도 기간의 통장내역으로는 유학비자를 발급받기는 어렵다는 유학원의 상담을 여러 차례 받았다면서 가까운 지인이 보증을 서고 그분 통장의 잔고가 제법되니까 그걸 제출하겠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영어 사교육비 10조원의 시대...

우리 사회내에서 온통 조기 영어와 해외유학이 봇물을 이루고 국가적으로도 영어를 국가 경쟁력으로 여기며 크게 강조하는 소위 세계화의 시대에 정작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사교육 시장의 일선에 서 있는 영어강사들(일반 강사도 포함해서!)의 형편과 사정은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직종의 사람도 아니고 영어를 가르치는 영어 강사가 타직장인에 비해서 미국으로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가기가 더 어렵다는 말은 정말 블랙코미디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해마다 늘어만가는 영어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으로 등골이 휘고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무조건 영어를 조기 교육시키려는 사회 분위기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아우성을 치고 있는 현재의 사회 분위기를 생각하면 글쓴이는 저절로 한숨이 나오는 것입니다.  

 

결국 영어 교육에 모두가 올인하는 우리네 사회 분위기로 이득을 보는 이들은 소수의 사설 학원장이나 영어 교육정책 담당자 그리고 영어와 관련된 컨텐츠를 다루는 몇몇 사업체와 영어를 능통하게 할수 있는 해외 유학파나 소수의 우수한 학생들뿐이란 생각에 더욱더 이런 현실이 사회 구성원  대부분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제로섬 게임인것만 같아서 생각할수록 기가 막히고 참으로 황당하다는 느낌이 강해지는데 이 글을 보시면서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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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Be Given To DayDreaming...Again...♣
글쓴이 : 반 더 빌 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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