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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 송승환의 성공기

에루화 2008. 4. 2. 22:21
성공의 눈으로 보면, 실패와 좌절도 아름다운 법이다. 창업기가 늘 감동적인 이유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10년. 마침내 독을 채운 이가 있다. 세상을 두들겨낸 '난타', 그 '난타'를 세상에 내놓은 송승환(51) PMC 대표 이야기다.

그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배우? MC? 연예인? 틀리진 않다. 교수? 공연 제작자? 그것도 맞다. 그러나 오늘은 다른 이름이 있다. 문화 CEO, 창조형 CEO다. 8살 어린 나이에 배우 인생을 시작했다. 대학도 중퇴했다. 연극에 미쳐서다. 연극은 이후 그의 인생이 됐다. 배고픈 '연극쟁이'들과 30여년. 온갖 돈없는 설움을 보고, 겪었다. (그는 "잘나가는 탤런트라 나는 형편이 좀 나았다. 그래도 돈 빌리는게 직업이다 싶을 정도였다. 동료 '쟁이'들은 오죽했으랴. 공연이 잘 안되면 출연료도 못받았다. 연극 한편 만들면 몇년치 빚이 쌓이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연극에서 배고픔을 없애고 싶었다. 뮤지컬에 쏠린 것은 분명 그 때문이었다. 돈이 될 것 같았다. 처음 '우리집 식구는 아무도 못말려'를 무대에 올릴 때도 그랬다. 당시 최고 연출가 강영걸, 최고 여배우 엄정화를 비롯한 초호화캐스팅. '대박' 예감은 그러나 예감일 뿐이었다. '쪽박'을 간신히 면했다. 두번째 도전작 '고래사냥'도 마찬가지였다. 연희단패거리의 이윤택 연출, '작은 거인' 김수철의 곡. 최고의 뮤지컬 배우 남경주와 송채환 주연. 무대 세트에만 1억5000만원, 제작비 7억원을 쏟아부었다. 국내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에 15억원이 들 때였다. 흥행도 잘됐다. 그러나 결과는 '똔똔'. 간신히 대기업 협찬을 끌어와 제작비를 갚는 게 고작이었다. 1억5000만원짜리 세트는 불태웠다. 보관할 곳이 없어서다.

"비싼 돈 들여 잘 만들면 뭐하나. 한번 무대에 올리면 그뿐, 장기 공연할 곳이 없어 배우는 흩어지고, 세트는 불태워야 한다. 주먹구구식, 천수답 제작을 벗어나야 한다."

뮤지컬은 영화와 다르다. 제품 수명이 우선 그렇다. 영화는 출시 후 1년 내에 수익의 거의 대부분을 거둔다. 길어야 4년이면 돈벌이는 끝이다. 뮤지컬은 출시 6년째 수익이 최대다.10년까지 안정적 수익이 난다. 물론 '캣츠' '팬텀오브오페라' 등 대박 작품들 얘기다.

"세계에 통하는 작품을 먼저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그 작품을 10년씩 올릴 전용 공연장이 필요했다. 쉬워 보이지만,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1996년 고교동창에게 돈을 빌었다. 그 돈으로 만든 주식회사가 PMC 프로덕션, 국내 최초의 종합연예공연기획사다. 퍼포먼스(Performance) 뮤지컬(Musical) 영화(Cinema) 의 두문자를 따왔다.

"공연 예술을 세계화하는 데 큰 걸림돌은 언어다. 그래서 생각한 게 대사 없는 공연이었다. 넌버벌(non-verbal) 뮤지컬, '난타'가 그것이다. '난타'는 처음부터 세계를 겨냥해 만들어졌다."

이후 '난타'의 성공신화는 익히 알려진 얘기다. 에딘버러 연극제 전석 매진. 상설 공연장 개관. 26개국 207개 도시 공연. 올 2월말까지 1만644회 공연, 관객 381만1756명…. 97년 초연 이후 벌어들인 돈만 702억8880만원, 웬만한 대박 영화 뺨치는 성적이다. '달고나' '어린이 난타' 등이 히트하면서 '난타'에만 기대던 PMC의 수익구조도 다양해졌다.

2000년 PMC의 매출은 38억원. 이중 90%가 넘는 35억원이 난타에서 나왔다. 7년이 흐른 지난해 난타 매출은 108억원으로 세배 가까이로 늘었다. 같은 기간 회사 매출은 230억원으로 다섯배 넘게 뛰었다. 난타의 비중도 50% 밑으로 떨어졌다.

"7년 전부터 대만·중국·일본의 여행사들을 만나 한국 관광 프로그램에 '난타'를 넣으라고 설득했다. 난타의 외국인 관람객은 평균 80%가 넘는다. 관객 10명중 8명은 외국인이란 얘기다. '난타'가 안정적 수익을 올린 데는 이런 마케팅이 한몫했다."

올해는 '난타2'에 집중할 계획이다. 자동차 정비업소가 무대다. 카레이스 도중 고장난 차를 고쳐 우승하는 스토리다. 사물놀이 리듬에 맞춰 현대 디자인으로 풀어낼 계획이다. 내년엔 첫 공연이 가능할 것이다. '난타2'와는 별도로 탈춤을 넌버벌 뮤지컬로 만들고 있다. 안동 하회탈춤을 현대판으로 풀어내고 있다. 역시 내년에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올해 또 하나의 과제는 뮤지컬 '대장금'이다. 60억원의 제작비를 들였지만, 지난해 소폭 적자를 봤다. 올해는 적자를 면하고 내년부턴 흑자로 돌아설 계획이다. 경희궁에서 9월~10월 두달간 야외 공연을 하고, 중국·일본에 수출도 한다.

"창작 뮤지컬은 3년이 고비다. 대작일수록 첫해엔 대개 적자다. 제작비가 첫해에 몰려서다. 무대·세트·의상·안무·시나리오·연출 등등. 두번째부턴 이런 돈이 안든다. 장기 공연이 가능하기만 하면 수지를 맞출 수 있는 이유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게 창고와 전용극장이다."

PMC는 4년전 양평에 창고를 지었다. 세트와 의상 보관용이다. '고래사냥'때 처럼 1억5000만원짜리 세트를 불태우는 일이 없도록하기 위해서다. 그는 뮤지컬의 미래를 낙관한다.

"지난해 180편의 뮤지컬이 올랐다. 그중 100편이 창작이다. 전세계에서 편수로는 최고다. 이만큼 깔아놨으면 시장도 탄탄하다는 얘기다. 대장금 오디션때는 1000여명이 몰렸다. 에너지는 가득하다. 어떻게 엮고, 꿰어내는냐가 문제다."

일례로 그는 재직중인 명지대 뮤지컬 공연학과 얘기를 들었다.

"2005년 봄, 명지대에서 연락이 왔다. 학과를 만들고, 교수를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대뜸 "뮤지컬 학과를 만들자"고 했다. 정원이 30명인데, 지난해 경쟁률이 69대1이었다. 명지대 사상 최대였다."

회사의 최대 과제는 역시 안정적 수익이다. 전용 극장을 늘리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 '난타' 전용 2곳을 포함해 5곳의 극장이 있다. 4월엔 제주에 난타 전용관을 연다. 그러나 가장 큰 500석짜리 정동극장은 5월에 헐린다. 나머지도 모두 임대다.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내년 완공될 강남 코엑스의 난타 전용관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시장 시절, 난타 전용극장을 만들겠다고 했다. 코엑스에다 짓겠다며 당시 무역협회 김재철 회장이 먼저 제안했다. 임대 걱정없이 공연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PMC엔 출근 시간이 없다. 물론 퇴근시간도 없다. 넥타이도 없고, 모범·우등생도 없다. 밤새 일하거나, 안나오거나 관계 없다. 성과만 내면 된다. '꿩 잡는 게 매'란 얘기다. 좋게 보면 자유분방·창조적이고, 달리 보면 방관·무책임이다. 적응못하고 떠난 이들도 많았지만, 잡지 않았다. 회사 수익이 늘면서 요즘은 소박한(?) 꿈도 생겼다.

"(연극처럼) 좋아서 하는 일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직원들 월급을 더 많이 주고 싶다. 잘나가는 제조업체보다 훨씬 더."

아직은 그만큼 돈을 못버니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는 대신 다른 방법을 내놨다. PMC는 최근 자본금을 두배로 늘렸다. 그러면서 우리 사주를 74만400주(14.88%) 나눠줬다. 모두 액면가였다. 직원이 80명이니 평균 1만주씩이다. 회사가 상장하면 다들 두둑한 돈보따리를 챙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PMC는 내년쯤 코스닥에 상장할 계획이다.

송승환 대표는…

1957년 서울 안암동에서 출생. 65년 여덟 살 나이로 KBS 배우 데뷔. 이후 수백 편의 연극·뮤지컬·드라마 출연. 68년 동아연극상 특별상을 시작으로 각종 연극제 수상. 89년 극단 환퍼포먼스 창단. 96년 친구 이광호 대표와 PMC프러덕션 설립. 현 문화산업포럼 공동대표, 명지대 뮤지컬공연학과 교수.

난타가 세운 기록들

-1997년 호암아트홀 초연

-2000년 7월 국내 최초 난타 전용관 개관

- 12월 서울의 10대 볼거리 선정(한국관광공사 주관)

- 2001년 세계 일류상품 선정(산업자원부 주최)

-2002년 3월 관람객 100만 명 돌파

- 2003년 아시아 최초 뉴욕 브로드웨이 공연(뉴 빅토리 극장)

- 2004년 아시아 최초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전용관 설립(미네타레인 극장 / 638회 공연, 15만 명 관람)

사용한 소도구들(1997년부터 현재까지)

오이와 당근 11만개, 양파 3만개
양배추 5만 포기, 도마 1200여개
칼 1만 1000여 자루

이정재 기자